홍 작가의 ‘추상하라’를 축하하며
김 도식 (건국대 철학과)
내가 제일 못 했던 과목이 미술이었다. 학교 다닐 때 미술은 늘 ‘美’를 받았었다. “미술에서 ‘아름다움’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스스로에게 하며 학창시절의 미술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다. 이런저런 기회로 미술관을 갈 기회는 가끔 있었지만 즐겁게 관람을 했던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홍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비평이라기보다는 그의 전시회에 박수를 보내는 초등학교 친구의 순수한 마음 정도일 것이다.
여러 해 전에, ‘발상과 표현’이라는 미술 입시 감독을 한 경험이 있었다. 5시간 동안 시험장을 돌아다니면서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예비 작가들의 ‘표현’을 평가할 능력은 내게 없었지만 그들의 ‘발상’은 큰 맥락에서 철학의 사유와 유사했다. 결국
철학이나 예술이나 무언가 내 머리 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표출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단지 화가는 화폭에, 작곡가는 오선지에, 우리처럼
철학을 하는 사람은 원고지에 표현한다는 차이만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나 철학가의 작업은 매우 가까이 있는 셈이다.
홍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내면의 어떤 점을 표현하려고 했을까? 그의 ‘추상하라’는 타이틀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내게 다가온다. 첫째로 ‘추상’이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것들에서 무언가를 추출해내는 작업이다. 우리의 경험이 본질적으로 개별적이고 순간적일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추상적 작업이란 경험적 대상의 너머를 찾아내는 사유이다. 이는 경험의 대상이 되는 물질(physical objects)을 넘어서는(beyond, meta) 것들에 대한 탐구라는 측면에서 형이상학적(metaphysical)이다. 이런 맥락에서 홍 작가의 작품은 그 자체로 경험의 대상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추상 작업의 결과이기도 하다. 즉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며 이것이 바로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현실세계에 두 발을 내딛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곳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는 몸짓! 이는 그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고 종교와도 연결되어 있으리라.
둘째로 이번 전시회의 제목이 ‘추상’이 아니라 ‘추상하라’는 명령어로 되어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 작품들은 단순히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냉엄한 현실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하나의 지침이다. 이 작품들은 보고 있는 우리에게 ‘추상함’이라는 작업에 동참하기를
강하게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철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론으로 이해하고 사변에 그치는 철학보다 ‘철학함’이라는 행위가 우리의
삶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철학이란 본질적으로 사변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것이다. 홍 작가도 ‘추상하라’를 통해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하여 삶에 녹여내라는 명령을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보이는 경험을 넘어서는 추상적 작업을
통하여 현상에만 머무르지 말고 이면에 있는 본질을 파악하여 삶에 적용해보라는 명령의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비록 그의 작품세계의 세부적인 측면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옛 친구의 전시회를 축하하는 마음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것이 바로 친구라는 위치가 가지고 있는 특권이다. 하지만 미술에 조예가 있는 분들에게는 이번 전시회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문외한인 옛 친구가 이러한 기대감을 가진다면 전문가들에게 그의 전시회가 더 큰 의미가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박영택 서문 ㅈㅈㅈㅈ 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q2016 최욱경 전시를 기억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