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고(故)최욱경 전시에서 돌아보는 예술의 본질

by 홍영숙

 

2016년 상반기는 한국미술계가 위작과 대작이라는 부조리한 상황에 휩쓸려 소란스럽고 침제되었던 분위기였다. 후반기, 가을의 문턱에서 시작된 고(故)최욱경 전시는 이러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960년부터 1970년대까지 최욱경이 미국에 체류하면서 화려한 색채와 거침없는 붓놀림을 사용한 화풍을 정립하였던 시기의 작품들은, 미술사적으로 1940~50년대를 휩쓸던 미국 추상표현주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추상표현주의는 당대의 평론가인 클레먼트 그린버그(Clement Greeberg,1909-94)에 의해 회화자체의 순수성을 확립한 미술사조로 선언되어, 그 이후 나타난 미니멀한 단색조의 회화와 함께 그 이론적 토대가 현대미술의 큰 흐름을 구성하고 있다. 최욱경 작가가 생존하던 당시의 한국 화단은 잡지나 미술 도록들 외에는 서구의 문화와 미술에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던 보수적인 환경이었다.

고(故)최욱경의 작품들은 작가 생존 당시에 철지난 미술사조로만 인식되었고, 작가의 내면세계와 감성적 표현을 자유롭게 분출하는, 보기 드문 생경한 화풍을 지닌 작가로만 여겨지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한 2016년 최욱경의 전시는 당시의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고 괴리된 채 치열하게 살아야했던 작가의 예술혼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전시회를 통해 작가가 추구하고자 했던 예술혼이 무엇이었는지, 그 정신이 오늘의 한국 미술계에 어떠한 흔적으로 남아 있는지를 돌아보면서 현대미술의 동력을 재구성할 수 있는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고 할 수있다. 이러한 시도는 모더니즘(Modernism)과 포스트 모더니즘(Post-Modernism)이라는 논쟁을 거치면서 나타난,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대미술을 재정립하기 위한 시대적인 요구이다. 급변하고 있는 과학기술과 자본에 의해 상대적으로 침몰되어가는 예술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이를 통해 세계 민족 간의 협력과 상생의 관계를 추구하여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적인 모습이다.

한국의 현대미술은 동양화와 서양화라는 이분법적인 분류에서 시작해서 세계화의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 이다. 한국 화단이 서구와 직접적인 체험과 교류가 드물었던 당시엔 동양과 서양의 체계적인 철학과 문화에 대해 비교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갖추지 못했지만, 세계화라는 흐름 속에 오늘의 화단을 재정립하기 위한 시도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최욱경의 작품세계, 특히 미국체류기간 동안의 작품들에 대한 조명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 속에서, 동양회화와 서양회화의 상호 비교를 통한 조형언어로 파악하고 재정립하는 시도로써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동양회화와 서양회화는 통합적 사유를 기반으로 하는 연역적 추론과 개별적인 관찰을 통한 귀납적 추론처럼 상이한 조형언어이다. 전통적인 동양의 회화에서는 원경, 중경, 근경에 따른 순차적 배열에서 비롯되는 여백의 공간을 특징으로 지니고 있다. 이 여백의 공간에 의하여 동양의 회화는 무한 확장하는 관념적으로 사유할 수 있었고, 이를 위하여 자연 발생적인 솔직함과 단순한 묘사를 가능하게 하는 선(drawing)위주의 화면을 발전시켜 자유롭고 순수한 작가의 내면세계를 펼쳐 보여줄 수 있었다. 반면에 서양의 회화는 이성적으로 세계를 파악하고 인식하기 위해 원근법을 구축하여 사용하였다. 이에 따른 전통적인 서양의 재현은 시작과 끝을 먼저 화면에 설정한 후에, 그 사이에 위치시킨 배열들을 통하여 가시적인 세계를 형상화 시키는 조형 방법이다. 이렇게 정형화된 회화에 있어서, 작가의 내면세계는 면을 사용한 색채(painting)에서 표현되고 발전할 수 있었다. 여기서 색채는 주관적인 감성으로 감지될 수 있고, 또한 축적되거나 학습에 의해 얻어질 수 있는 열려있는 감각으로써 문화와 함께 논의 될 수 있는 복잡한 세계다. 이러한 조형적 방법의 차이와 더불어 주목하여야 할 또 하나는 동양화와 서양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그 문화적인 배경이다. 서구의 회화는 인상주의 흐름에서 시작하여 1차,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사회, 문화적인 반발로써,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제거된 형상(form)위에 붓 터치와 색채로 인간성 안에 존재하는 순수함을 추구하는 추상화로 발전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미술은 그러한 과정이 생략되고, 태생적 배경에 있어서 관념적으로 자유롭고 순수한 작가의 내면세계를 자연스럽게 태동하고 있다.

예술에 있어서 작가는 그 시대적 분위기나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에 반발하거나 수용하는 과정을 통하여 형상과 색채라는 조형언어로 남기게 된다. 최욱경이 보여주고 있는 추상적 양식은 작가가 미국에서 체류하면서 직접적으로 체험한 경험을 고려하여 동, 서양의 조형언어와 그 배경에서 이해해야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최고의 미술교육을 받았던 작가가 당시에 억압된 사회, 문화적 배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미국본토에서 추상표현주의에 매료되어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형상(form)을 제거하고 색채와 붓터치라는 감각적인 조형방법에 이끌리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열려있는 사고로 인식 된다. 이러한 사실은 작가가 언급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무수한 공간”으로 대변되어 나타나며, 제스추어적인 붓 터치와 화려한 색채의 사용으로 작가 내면세계의 자유로움을 풀어낼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을 체험하고 구축하였다고 드러내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는 태생적인 동양인의 사고를 지닌 작가가 종이 콜라쥬 작업과 드로잉을 병행해 현실적 감각으로써의 형상(form)을 추구하고, 최소한의 선(line)으로 다듬어서 미국이란 서구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미술사적으로 되풀이되어 온 반발과 수용, 또는 파괴와 창조라는 추상미술의 일괄된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는 조형 원리라는 것을, 당시의 보수적인 한국문화에서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저항정신이란 것을 작가가 체험하고 깨달았던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작가의 특징적 조형언어는 이미지에 따른 선의 자유로운 흐름과 원색적인 색채의 실험을 통해 나타나는 내면세계의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체험으로 인하여 작가는 미국 체류기간 동안 동양인으로써 뿌리 없었던 사회, 문화적인 자신의 배경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회화에 대해 “어떤 특정한 착상이나 계획 없이 직접 돌입하여 상황들을 전개시키면서 거의 자연 발생적으로 유발되는 형상들”이라고 언급하면서 서구의 프로이드가 개념화 한 리비도의 학설, 또는 동양의 관념적 사고의 원천에 주목하여 순수한 조형언어로써 시각적 소통을 확장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동시에, “그 형상들이 제시하는 것들을 주목하고, 선택하고 정리하면서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작가의 책임의식을 인식하고 사회, 문화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자 하였던 것이다. 이는 예술의 본질 속에 내포되어진 아름다움(美)의 실현을 위해 요구되어지는, 시대적 변화의 물결을 이끌어 내고자 하였던 작가의 실천이었고, 또한 생명의 영속성을 위한 작가의 의지였던 것이다.

최욱경이 실현하고자 했던 추상회화는 작가의 생존 당시에 그 이론적 토대가 부재하였던 보수적인 한국미술계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였다. 사후, 작가는 치열한 예술혼을 실현한 요절한 천재로써 생존 당시에 사회적인 실천이 없었다는 인식과 함께 작품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 2016년 상반기에 휩쓸린 부조리한 한국 미술계의 동향은 그동안 독자적인 노선으로만 간주되어진 최욱경의 작품세계, 특히 미국체류 기간 동안의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작품들을 재조명하여 회화자체의 순수성을 돌아 볼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이러한 시도를 통하여 오늘의 화단이 망각하고 있는, 세계화의 과정에 있어서 간과하고 있는 감성에 대한 반성과, 이를 읽을 수 있는 이성의 균형 있는 조화를 찾기 위한 전시가 아닐까 한다. 현대미술이 어렵고 난해하여 꺼려지기까지 하는 문화적 이질감으로만 다가오는 이유를 되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예술이 우리네 삶의 구석구석 골고루 어루만지고 치유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써 존재하도록 끊임없이 묻고 제시할 수 있게 기획 된 전시가 아닐까 한다. 급변하고 있는 과학 기술에 의해 상대적으로 매몰되어 가는, 그래서 언급되어지는 것조차 유치하게 치부되는 절대적 가치인 진실함(眞), 선함(善), 아름다움(美)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그 무엇으로써의 예술의 본질을 돌아볼 수 있도록, 최욱경의 조형언어를 재조명하여 현대미술을 각인하고자 기획된 전시인 것이다.

<English>

 

박영택 서문 ㅈㅈㅈㅈ qqqqqqqqqqqqqqqqqqqaaaaa김도식 (건국대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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